2022년 개통한 서대구역은 대구역, 동대구역에 이은 세번째 고속철도역이다. 최근 대경선 개통과 복합환승센터 건립 예정 등으로 대구·경북 서부권 교통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 쓰레기 매립지인 곳이 대구 서부권 발달의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기까지 과정을 살펴봤다.
◆ 서대구역의 혼란스러웠던 ‘어제’
현재 서대구역이 위치한 서구 이현동 일대는 1987년 폐기물 관리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대구시민들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발생한 생활쓰레기가 매립된 대표적인 지역이다. 당시 매립지는 이현동 일대~평리6동에 위치했으며 1981년부터 1983년에 활발히 운영됐다. 1983년 이후 ‘새동네’ 재개발 사업이 시작되면서 매립지는 문을 닫게 되고 1988년의 제13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서구 갑, 서구 을에 출마한 후보들의 공약으로 이현동~평리6동 일대에 기차역 건설이 등장했다. 1991년 화물 터미널역으로 계획됐으며, 1996년 화물 야적장과 철도 역사가 완공됐다. 그러나 선거 이후 화물 터미널 사업 공약이 표류하는 사이 화물 이송 계획은 가천역과 양산화물역이 담당하게 됐으며 이에 더해 2010년에는 구미 신동화물역이 생기며 화물역으로서 쓰임을 할 수 없어 근래에도 공터에 역사 건물 한 동만 남겨져 있었다.
역사 건물은 완공됐지만 승강장 건설 도중이던 2003년에 추가 건설이 중단되며 방치중이었다. 당시 방치중이던 역사 내부에는 대구역, 동대구역처럼 매표소와 개찰구 모습이 보이며 향후 여객 취급까지 계획돼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965년 대구시에서 발표한 ‘대구시 광장계획’에는 이현삼거리(현 서대구역네거리)와 현재 서대구역 부지를 ‘12호 광장’이라 칭하고 서구지역의 부도심이자 번화가로 삼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서대구역 사업이 시들해지고 비산염색공단의 주력 업종이 쇠퇴·낙후되면서 장기 개발 계획이 돼버렸다.
2003년 승강장 건설 중단 이후, 11년이 지난 2014년 당시 대구시장에 출마했던 권영진(전 대구시장·현 국회의원)이 출마 공약으로 서대구역 개통 및 수서발 SRT 정차를 내세우며 다시금 시민들의 관심을 받게 됐다. 또한 권 전 시장은 동시에 상인역~죽전역~서대구역을 연결하는 달서선 노선을 공약했지만 사업성 문제로 급행8번의 서대구역 연장으로 대체했다.
권영진 전 시장이 당선되고 대구시는 공약 이행을 위해 서대구역 건설 대구시 자체 용역을 진행했으며 타당성이 있다고 결과가 나와 2015년 국토교통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했다. 철도 여객 수송량을 늘리려고 하는 당시 정부의 계획과 맞아 떨어지고 기존 철로를 이용할 수 있는데다 부지 확보까지 끝난 상태라 통상 1조 원 정도가 투입되는 역사를 4% 수준인 400억 원만 들이면 건립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작용해 2015년 10월 국토교통부의 예비타당성조사 결과가 발표되며 B/C 값이 1.08로 나와 서대구역사 건립이 사업성이 있다고 확인됐다.
2015년 12월 정부에서는 서대구 KTX역 추진 방안을 확정했으며 2016년 하반기까지 설계를 포함한 사전 작업을 마치고 같은해 12월에 착공해 2019년 말 대경선과 함께 완공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당시 서구 주민들에 따르면 이현동 인근에는 서대구역 관련 예산이 국회에 통과되었다는 플래카드가 대량으로 부착되어 있었으며 여기에 공통적으로 KTX와 대경선을 명기해 놓았다.
착공 전 계획 단계에서 나왔던 서대구역 역사는 대구시의 시조(市鳥)인 독수리를 형상화했다. 화물역 계획 당시 역사는 이현삼거리에서 서대구IC 방향에 있었으나, 여객 역사는 남부 출구가 이현삼거리 북쪽에서 바로 보이게 설계했으며 역사 남부 출구로 진입하는 도로가 이현삼거리 북쪽에 생기기 때문에 이현삼거리의 명칭은 서대구역네거리로 변경됐다. 또한 남부 출구 앞에는 시내버스 및 택시 승강장이 환승센터식으로 건설 예정이었다.
착공 전 2017년 6월, 대구시는 기존 예산으로는 동대구역의 5분의 1 수준의 크기로 밖에 만들지 못한다고 판단해 시비를 추가로 투입해 역의 크기를 3배 정도 키웠고, 총 사업비는 1천81억원(국비 92억원, 시비 989억원)이 투입됐다. 역 크기를 늘린 이유는 서대구역을 대구·경북 서부권 교통 중심지로 성장시키기 위해서이다.
사업비까지 확정한 대구시는 예타 통과 4년만인 2019년 4월 착공했다. 공사가 한창이던 2020년 3월 코로나19가 발생하며 공사가 일시 중단됐지만 같은해 7월 공사를 90% 완료했으며 2022년 3월30일에 개통식을 진행하고 31일 정식 개통을 시작했다. 당시 개통식에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권영진 전 대구시장, 김상훈 국회의원(대구 서구) 등이 참석했다.
완공된 역사는 연면적 8천726㎡, 지상 4층 규모이며 대구시는 ‘서대구역 종합교통관리대책’을 수립하고 서대구역을 지나는 시내버스 노선 10개를 신설·연장했다. 또한 고속열차 정차 횟수는 주중에는 하루 36회(KTX 26회, SRT 10회), 주말에는 38회(KTX 28회, SRT 10회)였다.
2023년 4월 서대구역은 개통 1년만에 누적 이용객 130만 명을 돌파했으며 2024년 대경선 개통으로 역 수요는 점점 늘어 교통허브로 자리매김 중이다.
◆ 서대구역의 다가올 ‘내일’
현재 서대구역은 운행중인 경부고속철도와 함께 2024년 개통한 대경선(대구·경북 광역철도) 및 예타면제 후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되며 착공이 확정된 ‘대구산업선’ 이외에도 동서광역철도인 ‘달빛철도’, 대구경북선(대구경북신공항 광역철도)까지 총 5개의 철도노선이 계획돼있으며 국가계획에 반영되지 않았지만 대구산업선과 직결된 영남권 광역급행철도 ‘MTX’와 창원산업선까지 계획대로 개통한다면 서대구역의 잠재적인 미래 이용 수요 또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대구시는 신 역사 건설 계획과 동시에 동대구역 인프라를 벤치마킹해 대구 서쪽에 남은 정류장인 북부정류장, 서대구고속버스터미널, 서부정류장을 서대구역으로 이전해 제2의 복합환승센터를 만들고 쇼핑, 기차, 버스, 택시를 한 곳에서 이용할 수 있으며, 서대구역 도심공항터미널도 신설해 대구경북신공항의 비행기 탑승까지 가능하게 할 계획을 세웠다.
서대구역 복합환승센터는 대지면적 1만5천㎡, 연면적 18만㎡, 앵커시설은 대지면적 2만㎡이며 연면적은 27만㎡이다. 앵커시설에는 호텔, 수영장, 아이스링크장, 공연장을 포함한 시설이 건설될 예정이다. 또한 복합환승센터는 앵커시설은 복합쇼핑몰과 호텔 2동으로 가운데는 스카이브릿지로 연결돼 있는 구조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 민간투자기업을 찾는데 난항을 겪고 있다. 민간투자기업을 찾지 못하지 초기 계획이었던 2025년 착공 마저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한창 서대구역 역사가 완공에 다다랐던 2021~2022년 대구시는 복합환승센터 내 이케아 추진을 위해 스웨덴 본사와 협의를 가졌지만 부지 부족 등의 이유로 무산됐다. 이어 신세계 계열 복합쇼핑몰 유치도 타진했지만 규모가 작고 서대구역이 위치한 이현동 주변 향후 경기상황도 불확실하다는 점이 부각되며 무산됐다.
현재 대구시는 ‘서대구역세권개발과’를 중심으로 민간투자유치에 힘쓰고 있으며 코레일·국가철도공단 역시 대구시와 협력해 복합환승센터 착공에 심혈을 기울여 계획됐던 2030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전문가가 바라본 ‘서대구역’
앞으로 다가올 역세권개발과 향후 철도 개통 등을 통해 서대구역의 미래에 대해 우용한 경일대 철도운영시스템학부 교수는 “서대구역에게 남은 건 밝은 미래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 우 교수는 “현재 서대구역세권 개발의 경우 이미 계획은 다 짜여진 상태이며 민간투자기업만 찾아 투자가 이뤄진다면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앞으로 대구산업선·달빛철도 등의 광역철도 들이 들어서게 되면 서대구역은 비단 KTX등의 고속철도역이 아닌 복합 철도역으로 진화해 어쩌면 동대구역의 위상을 넘는 기차역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역세권 개발 민간투자 관련해서도 기업들이 현재 사업성을 보기보다는 향후 광역철도 개통 등의 미래사업성을 보고 장기적인 투자를 계획한다면 주변 인프라 및 투자 기업에게도 막대한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정원 기자 kjw@idaegu.com